아동기에 경험한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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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기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경우, 사람을 잘 신뢰하지 못한다.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권위자이면서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트라우마를 경험했기에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외롭고 또 트라우마의 고통을 잊기 위해 사람을 찾지만, 사람들에게서 위안을 얻지 못하고 여러가지 중독에 노출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통을 잊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에게 조차 마음을 잘 열지 못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고 불편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을 대할 때는 그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이들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하게 대응을 받지 못한 트라우마의 희생자들은 또 다른 트라우마에 노출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성적 학대를 당한 개인은 심리치료사에게도 성적 피해를 입을 위험이 높다. 이는 이들에게 권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싫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 돌봄이나 배려와 같은 친밀함과 성관계가 혼동이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적절하지 못한 태도는 어떤 것이 있을까?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이 신뢰를 하려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공개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보인다면 자신의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타인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으로 여기고 마음을 열고 나누지 않게 된다.
아동기 트라우마 생존자 상담이라는 책을 쓴 Carolyn Knight이 그의 책에서 이런 예를 들려 준다. 한 아버지가 자신의 큰 딸에게 오랫동안 성적 학대를 했는데, 그것을 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작은 딸이 아버지를 죽이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되어 여동생이 정신 병원에 수용되었다. 트라우마로 인해 언니도 상담을 받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는 큰 딸인 언니에게, “왜 알리지 않았나요? 만약 알렸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동생은 감옥에 갈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랫동안 성적 피해자로 있었던 언니에게는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이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정신과 의사는 알고 있어야 하고, 그것으로 언니에게 비난을 할 경우 성적 피해를 당한 것도 모두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성적 학대의 회복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트라우마의 생존자들의 현실 감각을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무효과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적절치 못한 태도는 트라우마의 공개에 대해서 불신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예전에 이런 경우가 많았다. 아빠나 오빠가 딸, 또는 동생을 성 학대 했을 때 그것을 엄마에게 이야기 하면, 너는 왜 거짓말을 하냐고 하면서 성학대의 경험을 축소하거나 불신하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경우 생존자는 깊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에 트라우마 생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을 돕는 자들이 그들을 공감적으로 경청해주면서 그들의 피해 사실과 관련된 감정에 대처하는 것을 잘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그들이 이럴 것이다’라고 하는 개인적인 판단은 쉽게 내려서는 안된다.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먼저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자아 존중감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연결해서 그들이 어려움을 그들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경험한 고유한 경험을 인정해 주어서 힘을 북돋아 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진정 도움이 된다.
필자도 상담에서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랫동안 한 것이라고는 그 사람의 경험을 공감해 주고, 괴로워하는 감정에 카타르시스가 일어나도록 도와주고, 자아감을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일을 했다. 너무나도 자신을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그 내담자는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고 서투르지만 자신을 위해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주위에 보면 겉은 멀쩡한 성인으로서 살아가지만 어린 시절에 큰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대하면 뭔가 모가 난 것처럼 여겨져서 조언을 하게 되고, 나아가 고치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의 경험을 인정해주고 그들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는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불편하고 힘이 들어서 그들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 지를 알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는 공감을 해주고 그 이상의 부분에서는 내가 도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분들에게 소개를 해줌으로 그들이 지속해서 또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계선을 잘 지키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면 만나지 않거나 불편해 할 가능성도 많다. 마음을 조금이라도 연 사람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럴 때 내가 도울 수 없는 부분까지 나아가면 탈진이 올 수 있다. 그래서 트라우마를 당한 생존자를 피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공감이라면 공감을 해주고, 그 이상의 일은 전문가를 연결해 주어서 충분한 치료를 받도록 지혜롭게 잘 권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 나도 탈진에 빠지지 않으면서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고, 동시에 그 생존자도 좋은 도움을 통해 회복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트라우마를 어린 시절에 경험한 사람도 그것을 잘 극복하면 회복 탄력성을 통해 더 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