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치지 않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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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청소를 하기엔 너무나 넓은 집이어서 가족들을 모두 모아서 함께 가사일을 나누어서 하기 시작했다. 청소도 나누어서 하고 식사 준비도 나누어서 했다. 그러다 시드니로 이사를 오면서 집이 훨씬 작아졌고, 혼자서 청소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청소는 나의 일이 되었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빨래를 하는 것도 점점 혼자서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김치까지 담그게 되었는데 김치를 담근 다음 날부터 손목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다음날 일어나 밀려 있는 설거지를 잠시 멈추고 손에 파스를 붙이고 잠시 생각해 봤다. 그리고, 적정함을 다시 되찾아야겠다 고 생각했다.
사람은 한쪽으로 치우치기가 쉽다. 성경 말씀에도 사람이 다 한 가지로 치우쳐져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치우치지 않는 것만 잘 배워도 사람들은 제법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고 말을 하는 것은 쉽지만, 사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시도를 한다면 그 또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 치우치지 않는 것이 필요할까?
첫째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지나치게 의존해서도 지나치게 독립적이어서도 안된다. 적절한 경계선을 긋는 것이 중요한데 생각보다 쉽진 않다. 친한 사람들이 자꾸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부탁할 때 그것에 ‘아니요’ 라고 말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젊은 시절 필자만 해도 친구나 아는 지인이 부탁을 하면 거절을 잘 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정이 있어도 함께하는 일정이 있으면 내 개인 일정은 미루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밀려나고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 또 외로움이라고 하는 것이 찾아와서 그 감정에 우울함이 찾아왔고, 그것은 삶을 즐겁지 않게 만들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가치를 찾는 어리석음이 내게 있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사람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잘 잡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나와의 관계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건강하게 사랑하고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타인과의 관계에 너무 목을 매지 않게 된다. 관계에 너무 모든 것을 걸 필요가 없는 것은 그 관계도 삶의 전부가 아니라 삶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의 존재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와 소망은 어디에 있는 지를 아는 것에 있고, 그것을 향해서 나아가다 보면 나와 비슷한 가치와 비슷한 방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시간 사용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을 두는 것에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 너무나 즐겁고 좋아서 컴퓨터 게임에 시간을 한참이나 사용하게 되기도 하고 성공을 위해서 잠을 자지 않고 사업 계획을 짜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을 하더라도 학교는 가야하고 공부는 해야한다. 성공을 위해 프로젝트를 계획하더라도 잠도 자야하고 먹을 것을 먹어야 한다. 대학 입시를 위해 공부를 하더라도 친구들도 가끔은 만나야 하고 잠도 자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필자는 언제인가 정부에 학교를 등록해야 하는 과정에서 해야 할 서류가 많다 보니 24시간 꼬박 잠을 전혀 자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보니 정신없이 했는데, 그 일이 있은 후에 ‘이명’이 가끔씩 생기는 증세를 경험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건강을 돌보는 일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그것을 놓침으로 인해 몸에 무리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시간을 사용해야 하지만, 그 시간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지켜야 하는 균형이 있다. 잠을 위한 7시간에서 8시간 그리고 운동을 위한 30분에서 한 시간, 매끼 식사를 위한 시간, 가족들을 위한 시간, 내면의 성장을 위한 작은 시간 등은 바쁘고 급한 일이 있어도 꼭 지켜져야 하는 균형이다. 이런 시간들이 일상을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한 일상은 장기적인 삶의 성공과 균형으로 이어지게 한다.
세번째로는 수용과 변화에 있어서 균형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에 이혼 숙려 캠프에 한 여성이 나왔다. 프로그램에서는 그 분을 천사같은 분이라고 표현을 했다. 그 이유는 남편이 술 중독에 무직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요구하는 것을 잘 들어주고 일도 열심히 하는 착한 아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남편을 있는 모습 그대로 다 수용한다고 해서 그 남편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남편의 요구를 계속 들어주는 것이 남편으로 하여금 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남편에게는 때로는 단호하게 ‘변화’를 요구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반대로 변화만 요구하는 배우자가 있다.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배우자와 살아가는 또 다른 배우자는 숨이 막힌다. 이런 경우, 관계에서 자유로움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관계는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기에 필요한 것은 ‘수용’ 이다.
수용과 변화에 있어서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지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을텐데 학자마다 의견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교류 분석에서는 수용의 부분이 변화보다 두 배로 많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부부 관계를 많이 연구한 가트만 박사님은 수용의 부분이 변화의 부분보다 더 많아야 한다고 설명을 하고, 버지니아 사티어는 수용의 부분이 8이며 변화의 부분이 2정도 여여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보면 변화를 요구하는 것 보다는 수용의 부분이 더 커야 관계에서는 균형을 이룰 수 있음을 보게 된다. 부부 관계 뿐 아니라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도 이것은 적용이 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 보다 “사랑해. 너는 있는 모습 그대로 소중해” 라는 말을 더 많이 해야한다는 결론이다.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부분은 이것 뿐 아니라 종교 생활, 재정 사용, 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것들이나 균형이 깨어져 버리면 그것은 중독이 되어져 버리고 삶을 삼켜버리는 독이 된다. 그러므로, 나의 삶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한 쪽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는 것은 없는 지, 치우쳐 있다면 “바빠서 할 수 없어!” 라고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위해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하는 지 무엇을 더 해야 하는 지를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균형있고 적정한 삶을 추구함으로 삶에 기쁨과 건강이 넘쳐나시길 바란다.
호주기독교대학 서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