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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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이자 찬송가 작가였던 프랜시스 리들리 하버갈은 독일 유학 시절, 뒤셀도르프의 한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미술관을 둘러보던 중 그녀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한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 그림은 본디오 빌라도가 예수님을 성난 군중 앞에 내어놓는 장면을 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가시관을 쓰시고 채찍에 맞으며 버림받은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림 앞에 깊이 몰입한 채 서 있었고, 그림 아래에 적힌 라틴어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Ego pro te haec passus sum. Tu vero quid fecisti pro me?” 이는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고통을 받았다. 이제 너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겠느냐?”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문장은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울렸습니다. 십자가의 메시지가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이 질문은 그녀의 영혼 속에 끊임없이 메아리쳤습니다. 결국 그녀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답을 찾듯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년 후, 작곡가 P.P. 블리스가 그녀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그 찬송가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내 너를 위하여”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참 쉽게 잊어버립니다. 전기세나 수도세 납부일을 잊어버려 벌금을 내는 일이 흔합니다. 냉장고 앞에 서서도 왜 왔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렇게 연약하다는 사실을 잘 아셨습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장치를 마련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이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나누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목숨 걸고 지켜온 유월절의 깊은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주셨습니다. 유월절의 어린 양이 상징하던 구원의 실체가 바로 자신임을 밝히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5:7). 예수님은 진정한 유월절 어린 양으로서,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의 몸을 찢고 피를 흘리실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만찬 중 예수님은 떡을 들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라.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 그리고 잔을 드시며, “이 잔은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니 곧 너희를 위하여 붓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누가복음 22장). 여기서 떡은 곧 찢기실 예수님의 몸을, 잔은 흘리실 피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는 죄와 사망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은혜를 나타내는 표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고 명확히 하신 점입니다. 성찬은 단지 전통적인 의식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한 ‘기억의 장치’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감사해야 할 일조차도 쉽게 잊어버립니다. 이런 우리 인간을 위해 예수님께서 친히 만들어 주신 기억 장치인 것입니다. 우리는 성찬을 통해 정기적으로 주님의 은혜를 되새기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성찬식에서 우리는 떡을 먹으며,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위해 몸을 찢기셨다”고 고백합니다. 또한 포도주를 마시며, “예수님의 피가 우리를 깨끗하게 하셨다”고 선포합니다. 우리가 성찬을 통해 우리가 받은 구원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님의 값진 희생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특별히 성찬을 통해 “기억하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성찬에 참여할 때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과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함으로 예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이 기억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살아계신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교제이며, 우리의 믿음을 새롭게 하는 은혜의 시간인 것입니다. 성찬을 통해 우리는 죄사함을 받은 자로, 회복된 자로, 하나님의 자녀로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찬에 참여할 때에는 습관적으로 하지 않고, 마음과 정성을 다해 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깊이 묵상하고, 나를 위한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십자가에 달려 우리 죄를 담당하신 예수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성찬을 받을 때마다 우리의 믿음이 새로워지고, 마음이 정결해지며, 삶이 주님께로 다시 향하는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골드코스트 선교교회 박갈렙 목사 0431 232 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