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진 자유기고가

인공지능이 알려준 탬버린의 숨겨진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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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이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일기 예보를 보니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싶지 않다. 어제도 집에만 있었는데. 인공지능(Gemini)에게 산책하기 좋은 장소 5곳을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집에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어야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인공지능을 비서(Agent)처럼 쓰는 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 


추천한 장소를 보니 집 근처에 있는 공원부터 조금 떨어진 탬버린 국립공원(Tamborine National Park)까지 다양하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가보지 않았던 국립공원에 있는 폭포(Cedar Creek Falls)다. 사진 속 풍경이 꽤 근사해 보인다. 탬버린 국립공원에 많이 가 보았지만, 이러한 폭포가 있는지 몰랐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비가 오면 산 내음 맡으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지 않은가.


폭포 이름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집을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국도에 들어선다. 오르막 도로를 계속 달려 산등성이에 올라섰다. 차창 밖에 눈을 뗄 수 없는 풍경이 시작된다. 산악인들이 고생 끝에 산봉우리까지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상점과 식당이 즐비한 도로를 지나친다. 지금부터는 숲이 울창한 계곡을 향해 내려간다. 얼마를 내려갔을까, 내비게이션이 좁은 2차선 도로로 우회전하라고 안내한다. 핸들을 돌려 조금 들어가니 주차장이 보인다. 자그마한 주차장이다. 자동차도 몇 대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에게 알려지지 않은 장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며 산책로에 들어선다. 바위산을 따라 조성한, 경사가 심한 산책로다. 귓가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점차 선명해진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다. 제법 많은 양의 물줄기가 바위산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 자연이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해야 할까. 폭포 소리가 골짜기 가득 퍼져나간다. 수많은 초목과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그 자체다. 자연이 선사하는 그림이다. 집을 나선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걸으니 또 다른 폭포가 보인다. 떨어지는 폭포수가 만들어 놓은 웅덩이는 수영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름철에 물놀이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 만든 수영장 옆에는 여자 혼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주위와 멋지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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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아래쪽에는 물줄기가 또 다른 폭포를 만들고 있다. 바위를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가 본다. 이곳은 가는 길에 안전시설이 되어 있지 않다. 미끄러지면 뼈 한두 개는 부러질 수 있는 높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힘겹게 내려와서 보니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폭포가 보이는 곳까지 가기에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물줄기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크고 작은 폭포가 많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발길을 피할 수 있어 더욱 아름다운 폭포들이.


자연이 만든 수영장으로 돌아왔다. 혼자 앉아 있던 여자는 보이지 않는다. 인적이 뜸한 폭포 아래에 잠시 머물러 본다. 눈을 감고 물소리를 경청한다. 가슴을 펴고 심호흡도 해본다. 자연에 모든 것을 맡겨 본다.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알 수 없는 자연의 신묘함과 나를 감싸주는 사랑에 감사할 따름이다.


생각보다 산책로는 짧았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이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폭포(Curtis Falls)가 생각난다. 손님을 데리고 오거나 산책하고 싶으면 혼자서도 자주 찾았던 폭포다. 폭포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으로 붐빈다. 관광객을 태우고 온 버스도 보인다.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폭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익숙한 산책로를 따라 폭포로 향한다. 단체로 온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지나친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다.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는 예상보다 수량이 적다. 지난번 왔을 땐 엄청난 수량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사뭇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들은 이 모습만을 기억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폭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우리가 누군가를 좋고 싫다고 판단할 때도 스쳐 지나간 단면만을 보고 성급히 결론 내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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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다. 주차장 옆에 커피까지 포함된 저렴한 가격의 메뉴가 붙어 있다. 마음에 든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주문하니 주중에만 적용하는 가격이라고 한다. 주말 메뉴를 보니 조금 더 비싸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속은 기분이다. 밖에 있는 메뉴판에 주중에만 적용되는 가격이라고 표시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도 손님을 유혹하는 상술의 하나인지 모르겠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관광객이라면 빠지지 않고 들리는 장소(Gallery Walk)를 지나친다. 오면서 지나쳤던 상점과 식당이 줄지어 있는 곳이다. 구름은 잔뜩 끼어 있지만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잠시 걸어도 좋을 것이다. 도로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없다. 할 수없이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관광객과 하나가 되어 본다. 


상점을 기웃거리며 걷는다. 동행이 없다 보니 들르고 싶은 상점에 들어가, 보내고 싶은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 간판에 자메이카(Jamaica)라고 쓰인 상점에 들어가 보았다. 자메이카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점에 들어가 보니 자메이카 분위기가 전혀 없다. 상점을 나와 간판을 자세히 보니 자카마(Jakama)라고 쓰여 있다. 자카마를 자메이카로 잘못 읽은 것이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한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가치관 또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로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형성되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것이 아닐까. 


노벨 문학상 수상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진 사상가(Bertrand Russell)의 겸손함이 묻어나는 글을 옮겨본다. “나는 절대 내 신념 때문에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틀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I would never die for my beliefs because I might be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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