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칼럼

섣부른 진단은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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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라이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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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한 분이 다른 직원에게, “너 OCD(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충동적 강박 장애)야”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 분은 그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이 아니었고 다만 그런 성향이 조금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어서 그 말을 들은 직원은 웃으면서 넘어갔는데, 나중에 뒤에서 들리는 말이 그 말을 들은 직원이 기분이 나빴고 화가 많이 났다고 했습니다. 물론 화가 난 것은 자신이 그런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병명으로 진단받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직장 내의 농담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정신 질환을 다루는 직장에서는 정신 질환과 관련된 농담을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농담이든 특히 정신 질환과 관련된 농담은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그것으로 상대방에게 꼬리표처럼 달아서 표현하는 것은 큰 상처가 되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으로 인해서 사회적인 편견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됩니다.


위의 예처럼 건강한 사람도 정신 질환의 이름으로 평가를 받으면 상처를 받을 수 있는데, 하물며 정신 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은 그것으로 인해 더 많은 상처에 노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말에는 힘이 있어서 부정적인 말은 회복과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연약한 사람의 삶을 좌절시키는 것에 많이 사용되어집니다.


사실, 우리 모두 대부분은 조금씩 질병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불안 장애와 연관이 있습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감정 간헐적 폭발성 장애와 관련이 있을 수 있고, 또 과거의 상처와 관련된 감정과 기억을 자주 생각한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를 잘 믿지 못한다면 강박 장애나 편집증적 성격 장애와 관련이 될 수 있고, 잠을 잘 자지 못한다면 불면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이 이랬다 저랬다 급하게 변하는 사람은 다중 인격 장애와 관련이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두가 다 조금씩은 병적인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기에, TV에서 특정 질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마치 나도 그 병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이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비슷하게 의과 학생들 중에서는 ‘하이포콘드리아 증후군(Medical Student Syndrome: 의과학생 증후군, 질병 심리학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함)’을 자주 경험합니다. 이것은 다양한 질병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마치 자신도 그 질병에 걸린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에게 있는 증상과 질병에 대한 정보가 함께 어울러져 신체 증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보니 질병의 가능성을 과도하게 생각하게 되어 생길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도 대부분 일시적이고 학습을 하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조금 있다고 해서 모두가 불안 장애이며 분노 장애이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가지고 있는 성향이나 기질에 따라 연약한 부분이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드러나는 증상들이 다를 수 있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 증상이 아주 심하게 되고 일정 기간 유지되어질 때, 그리고 그것이 일상 생활을 하는데 그리고 사람들과 관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생기고 주관적으로도 너무나 고통스러움이 클 때, 그 때 정신 질환의 병명으로 진단을 하게 됩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자가 검진 도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일단 그 도구들을 통해서 나의 증상들을 점검해 보는 것은 유용하고 도움이 되는 과정입니다. 상담사로서 저도 그 도구들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은 어디까지나 참조만 할 수 있는 도구들입니다. 어떤 분들은 자신이 유튜브를 많이 보고 심리와 관련된 책을 많이 보았기에 왠만한 정신 질환은 다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하게 공부해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타인을 쉽게 질환으로 진단하는 지식으로 삼는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스스로가 진단을 해 보았을 때 어떤 질환이 의심이 된다면, 의사를 통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 후에 자신의 질환을 진단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확한 순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담사로 일하는 저도 마음으로 아주 명확한 진단명이 보이는 경우라 할 지라도 함부로 진단하진 않습니다. 정신 질환이 의심되어질 때, 의사 선생님을 통해 좀 더 정확하게 진단을 해 보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이나 임상 심리학자가 진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 5th edition)으로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만든 것입니다. 이 편람은 정신 질환에 대한 정의, 진단 기준, 증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ICD-11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1th Revision) 입니다. 이것은 세계 보건 기구에서 만든 것으로 질병 및 건강상태를 세계적으로 분류하고 기록하는 국제 표준 시스템으로 정신 및 행동 장애의 분류와 진단 기준을 제공합니다. 


그러므로, 명확한 진단 기준을 알지 못하고 대략적인 증상만으로 쉽게 사람의 질환을 진단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신 질환의 이름으로 함부로 농담을 하거나 사람 이름처럼 부르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 옆집에 정신병 있잖아! ‘ 라고 말한다면 여기에는 두 가지 잘못된 표현이 있습니다. 정신병이라는 말은 정확한 질환의 명이 아닙니다. 지금은 조현병이라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정확한 질환명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질환명과 사람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환명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병의 이름이지 그 사람이 아닙니다. 정신질환의 회복을 위해서는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은 질환을 가진 사람과 그 질환을 가진 사람을 돌보는 사람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신 질환자들도 치료를 적절하게 받으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들과 우리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조금 다른 것 뿐임을 기억하며 조화롭게 배려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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