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좋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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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아이가 말을 잘 하지 않다 보니, 아이의 반응을 얻기 위해 가끔은 일부러 웃기는 행동을 하거나 질문을 던지거나, 혹은 칭찬을 건넬 때가 있다. 그런데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실망스러울 때가 있었다. 엄마의 의도는 분명 아이와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이나 상황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내 좋은 의도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아이를 판단했던 것 같다.
어제 호주 카리스대학에서 사랑의 심리학을 강의하신 김기환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의도가 좋으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의도가 좋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며 다가갈 때 문제가 풀리고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내 의도는 좋은데 상대가 왜 몰라줄까?’라는 마음으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가까운 관계에서는 비난까지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TV 다큐멘터리에서 방에서 1년 동안 나오지 않는 자녀의 사례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아버지는 참 좋은 사람처럼 보였다. 매일 음식을 사서 방 앞에 두고, 답이 없으면 편지까지 써두는 정성스러운 아빠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딸은 공부도 잘하고 의대 진학을 꿈꿀 만큼 똑똑했지만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 아버지는 딸을 영어 연수에 보내고, 돌아오면 재수를 통해 다시 의대를 준비하길 바랐다. 그런데 딸은 연수에서 돌아온 날부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부모의 마음으로 보면 아버지는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아이를 사랑하고, 공부를 지원하고, 좋은 대학에 가도록 돕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의 댓글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비난했다. 아버지의 집착과 기대가 아이의 정신 건강과 삶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결과가 아이에게 고통으로 돌아왔다면 그 의도는 잘못된 것이며, 아이에게 상처 준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 부모는 이런 상황에서도 사과하지 않고 자신의 정당성만 주장한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하고 점점 악화된다.
관계에서는 이런 ‘의도와 결과의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의도가 좋았더라도 결과가 나빴다면, “내가 옳다”를 주장하기보다 상대의 입장에서 느낀 고통을 이해하고 미안함을 표현할 때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언젠가 남편이 물었다. “좋은 의도로 돌을 가지고 놀았는데, 그 돌에 다른 사람이 맞아 아프다고 하면 사과해야 하나?” 솔직히 말해, ‘돌을 가지고 노는 걸 알면서 가까이 온 사람이 잘못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론은 명확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라도, 그 행동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입었다면 사과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좋은 의도로 했으니 내 행동은 옳다”라고 말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이런 의도로 했는데, 그럼에도 네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라고 말하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나는 좋은 의도로 했는데, 그걸 이해 못하는 네가 문제야”라고 한다면 관계는 ‘누가 옳은가’의 싸움으로 깊어지고 만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을 위해 맛있는 저녁을 준비했고 남편이 제시간에 와서 함께 즐겁게 식사한다면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내가 정성껏 도시락을 싸주었는데 남편이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외식으로 도시락을 먹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도 있다. 지혜로운 남편이라면 아내의 마음을 생각해 외식을 거절하거나, 퇴근 전에 도시락을 먹고 올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런 배려는 가정을 더 평온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는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정성껏 도시락을 싸줬는데 먹지 않고 왔다면, “왜 안 먹었어! 이제 도시락 안 싸줄 거야!”라고 공격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어떤 걸 싸주면 더 잘 먹을 수 있을까?”라고 묻는 것이 관계를 더 좋게 만든다.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고집은 좋은 의도라는 이름 아래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삶은 예기치 않은 일들의 연속이다. 좋은 의도에 좋은 결과가 오면 감사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결과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켜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다.
호주카리스대학 서미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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